[인터뷰] 영화 그란 투리스모: 잔 마든보로(Jann Mardenborough)의 이야기 '게이머에서 레이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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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그란 투리스모: 잔 마든보로(Jann Mardenborough)의 이야기 '게이머에서 레이서로'

“제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될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실감이 나질 않았죠. 아직도 얼떨떨하네요.”

‘게이머에서 레이서로’ 거듭나며, 영화 그란 투리스모 스토리의 핵심 소재가 된 실존 인물 잔 마든보로(Jann Mardenborough) 씨와 함께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GT 아카데미 시절 이야기부터 영화 촬영을 위해 진행한 스턴트 드라이빙, 그리고 놀라운 그의 인생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에 앞서 스릴 넘치는 그란 투리스모 영화 트레일러를 감상 하겠습니다.

[인터뷰] 영화 그란 투리스모: 잔 마든보로(Jann Mardenborough)의 이야기 '게이머에서 레이서로'

그란 투리스모 게임의 팬에서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로 데뷔하셨고, 이제는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가 된 당신의 이야기는 정말 놀랍습니다. 영화 개봉 일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지금 어떤 기분인가요?

먼저 영화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지금도 얼떨떨하네요. 지난주에 완성된 영화를 보았는데, 제 이야기가 ‘영원히 남게’ 되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어지지 않아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제가 겪은 인생의 여정과 저의 이름을 계속 보고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놀랍습니다. 물론 미래의 제 손자가 이 영화를 보고 자랑스러워할 것을 생각하면 기분 좋습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무엇 때문에 GT 아카데미에 참여하기로 하셨나요? “이거다!” 싶은 순간이 있었나요?

사실 전 5~6살 때부터 프로 레이서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이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사는 제가 이루기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 스폰서가 될 사람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학창 시절 동안에는 레이서가 되고 싶다는 제 꿈은 마음 한편에 담아 두기만 했습니다. 게다가 처음 GT 아카데미를 알게 되었을 때는 나이가 어려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당시에는 학업으로 바빴지만요.

그러다 2011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전 GT 아카데미가 열리기 약 세 달 전에 대학을 자퇴하고,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한번 해 보자’라고 생각으로 말이죠.

GT 아카데미에서의 훈련 경험은 어땠고, 처음으로 실제 트랙에 나갔을 때 적응하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프로 드라이버 경력을 시작했을 때 가장 크게 느낀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차이점은 시야였습니다. 집에서는 항상 작은 17인치 화면으로 그란 투리스모 게임을 플레이 했습니다. 몇 년 동안 몰입했기 때문에 한평생 작은 화면이 익숙했습니다.

그런데 GT 아카데미에 들어 온 뒤 옆자리에 트레이너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진짜 레이싱 자동차에 타게 된 겁니다. 트레이너님께선 거울로 제 눈이 어디를 보는지 확인하셨는데, 제가 자꾸 트랙 전방이 아니라 바닥을 본다는 사실을 알아 차리셨죠. 작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제한된 시야와 실제 레이싱 자동차를 운전할 때의 시야는 정말 천지 차이 입니다. 레이스 중에는 실제로 바라보는 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차를 몰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이해하고 적응하기까지도 몇 달의 기간이 걸렸습니다.

나머지는 제법 쉬웠습니다. 심지어 19살에 처음으로 실버스톤 서킷에서 485마력 GTR의 운전대를 잡았을 때도 말이죠. 안전띠를 매면서 ‘좋아, 실제로는 어떤 느낌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느낌이 익숙했죠. 브레이크나 스로틀 입력부터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의 회전과 미끄러짐까지, 자동차를 모는 게 이상할 정도로 친숙했습니다. 스티어링 휠과 좌석을 통해 진동과 피드백이 더 전해지는 것만 빼면 제가 GT에서 하던 대로 운전할 수 있었어요.

당시에는 제가 19살이라 멋 모르고 과감했다는 점도 한 몫 했겠죠. 전 빠르게 달리고 싶었고 가능한 한 빨리 실력을 기르고 싶었습니다.

적응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는 건 GT 게임의 시뮬레이션 품질이 우수하다는 뜻일까요? GT를 오랫동안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경험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나요?

물론이죠. 전 GT를 플레이 한 것 외에 어떠한 프로 레이싱 경험도 없었습니다. 카트를 타본 적도 없고 트랙을 달려본 적도 없습니다. 전 GT 아카데미로 가는 길에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주행했어요. 그때까지 운전 경험은 고향인 카디프 30~40마일 내에서만 주행해 본 게 전부였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근처에 살았고,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갈 이유가 없었죠.

전 백지상태였고 이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싱 카를 모는 법이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아무런 선입견도 없었으니까요. 제가 가진 건 게임 플레이 경험 뿐이었고, 덕분에 주어지는 모든 지침을 쉽게 받아들였습니다. 고쳐야 할 습관도 없었고 잘못된 조언을 들은 적도 없었어요.

어떤 부모님들은 프로 레이서를 꿈꾸는 자녀를 위해 수만 달러를 들이곤 하지만, 제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란 투리스모 덕분이죠. 게임 덕분에 그 모든 과정을 건너뛸 수 있었던 겁니다.

본인의 인생 이야기를 영화에 제공하신 것만이 아니라, 영화에서 대역 배우를 대신해 직접 스턴트 드라이빙 장면을 촬영할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그 경험은 어떠셨나요? 그리고 그 외에 영화 제작의 다른 부분에도 참여하셨나요?

작년 초 영화에서 운전할 수 있냐는 문의를 받았는데, 프로듀서님들이 약간 걱정했어요. 촬영 중에 기다리는 시간이 많을 거라고 경고했죠. 하지만 전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냥 “할게요. 정말 멋진 경험이 될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죠. 영화 줄거리에서 그렇게 핵심적인 부분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기 싫었습니다. 얼굴만 잠깐 비추는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전 이 과정에서 스티브 켈소(Steve Kelso) 씨 같은 전설적인 스턴트 드라이버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탈라데가 나이트’에서 활약했고 ‘전격 Z작전’에서 키트를 몰았죠. 이렇게 대단한 숙련자들로 이루어진 팀에게 스턴트 드라이빙을 배운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웠습니다.

그 외에도 저는 2019년에 스크립트가 처음으로 작성되었을 때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습니다. 함께 작업한 Sony Pictures의 직원 여러분은 모두 대단했어요. 프로듀서님들은 제가 참여하는 것에 관대했고 스크립트 초안을 작성할 때마다 제 의견을 반영해 주었습니다.

이 작업이 끝나자, 제게 일상 파트 검토를 도와줄 수 있냐고도 물어보셨지만, 제 분야가 아니라 거절했습니다. 스크립트와 출연진은 만족스러워 했고, 전 미완성 촬영본을 적절하게 검토하는 법은 몰랐으니까요. 그건 제 영역이 아니죠.

이제 그란 투리스모의 프로덕션이 마무리되고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뒤로 당신의 커리어가 어떻게 바뀔 거로 생각하나요?

2년 정도 후의 일만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보다 먼 미래를 예측하기는 너무 어렵죠. 전 르망에 출전하고 싶습니다. 르망 레이스는 제 내년 목표입니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가 Super GT에서 경쟁하고 싶네요. 하지만 당장은 아주 유연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전 40대 후반까지 레이스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아직 드라이버로서 정점을 찍지 못했으니, 만족할 수 없죠.

관객 여러분이 당신의 이야기를 보고 어떤 교훈을 얻길 바라시나요?

전 여러분이 꿈꾸고 전념하는 모든 일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걸 깨달으셨으면 해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한 번 뿐인 인생을 만족스럽지 않거나 사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일을 하며 보낼 이유는 없잖아요? 그래서 전 그란 투리스모의 이야기가 여러분께 더 만족스럽고 풍성한 삶을 향한 다른 길을 걷도록 동기를 주었으면 합니다. 전 19살에 그런 기회를 얻었으니, 운이 아주 좋은 셈이죠.

마무리하기 전에 몇 가지 짧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GT 시리즈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타이틀은 무엇인가요? 

그란 투리스모 2 아니면 3인데 결정하기 어렵네요. 두 타이틀 모두 전작에 비해 엄청난 발전이 있었고 출시되었을 때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란 투리스모 2에는 선택할 수 있는 차량과 트랙이 더 다양했고 시리즈 최고의 인트로가 있었습니다. 한편, GT3에서는 엄청난 비주얼 업그레이드가 있었죠. 3편이 출시된 해 여름 내내 게임을 플레이 하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그란 투리스모에서 제일 좋아하는 차는 무엇인가요?

그란 투리스모 2에 등장하는 Toyota GT-One입니다. LMP죠.

실제로 모는 차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차는 무엇인가요?

제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에서 몰던 Nissan GTR GT500입니다.
2리터 700마력 엔진과 훌륭한 다운포스를 가진 1톤 무게의 차량입니다. 본격적인 레이싱 카죠.

GT에서 제일 좋아하는 레이스 트랙은 무엇인가요?

두말할 필요 없이 그랜드 밸리 스피드웨이죠. 정말 매력적이고 놀라운 분위기의 트랙이라 실제로 존재했으면 합니다.

프로로서 제일 달리고 싶은 트랙은 무엇인가요?

도쿄 북쪽 센다이에 있는 스포츠랜드 슈고라는 소규모 서킷입니다. 뉘르부르크링의 축소판 같은 곳이에요.

GT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운드트랙은 무엇인가요?

GT2의 ‘My Favorite Game’과 ‘Moon Over the Castle’을 좋아합니다. 그 두 곡은 아직도 운동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있어요. 향수를 자극해서 힘을 주거든요!


그란 투리스모 7은 PlayStation 5와 PlayStation 4에서 플레이 가능하며,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 PlayStation VR2로 즐길 수 있습니다.

영화 그란 투리스모는 한국 시간으로 9월 20일 영화관 독점으로 개봉합니다.

※게임 및 콘텐츠의 출시일은 국가/지역별로 상이할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사전 안내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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